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주는 일류가 되기 위한 변하기 위함 지침문
나는 삼성 직원 15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만큼 심각하고 깊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몰라줘서 안타깝다. 비싼 여비를 들여 호텔에 숙박하며 이런 자리에 모인 것은 국가로 보나 삼성그룹으로 보나 보통의 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 안 차리면 구한말과 같은 비참한 시대를 맡이 할 가능성이 크다. 이환용이 역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때 이완용이 아니었더라도 김완용, 박완용이 나왔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어 있었다. 국력이 엉망이고 정치가 엉망이었으니 일본에 먹힌 거다. 잘하고 있다는 삼성을 보라. 수십개 기업이 수백가지 제품을 내놓고 있으나 단 한가지,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 말고는 모두 1.5류 내지 2류에 불과하다 위험도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우리는 수출해야 산다. 수출하려면 개방을 해야 한다. 완전히 개방하든지 철옹성처럼 문을 닫아 걸든지, 양자택일뿐이다. 이 판국에 문어발이 어떻고 재벌이 어떻고, 경쟁력 집중이 어떻고, 전문경영인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제일 싸게, 제일 빨리, 제일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삼성에는 이사급 임원이 800명이 있는데 내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 들이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10%남짓 될까 말까 한다. 부장급도 회장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는 사람이 10%가 안된다. 삼성에서 회장과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사람이 5%이 있으면 많이 이 있는거다. 내가 말하기 시작한 지 몇 달이 됐는데도 회사가 안 바뀐다. 내말을 안 듣는거다.
과거 5000년 동안 세상이 바뀐 것보다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바뀌는 것이 클 것이다. 사람은 안바뀌는데 경제제도, 기술 등은 엄청나게 바뀔거다. 지금의 지식으로는 따라갈수도 없고 개념조차 모를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나라가, 삼성이 어디에 와 있고 얼마나 무지하게 사는지 알아야 한다. 그동안은 모르고 사는게 편했다.
다행히 작년 1월부터 내가 심각하게 고민했다. 작년 8월부터 잠이 오지 않더라. 매일 책 보고 물어보고 조사 시키고 했다. 10월부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삼성제품이 어디 와 있느지, 불량이 얼만지,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보라고 한 것이 LA회의 였다. 그래도 불안해서 보라고 한 것이 지난번 도쿄였다. 잘한다는 삼성이 왜 이것밖에 못 만들고 그렇게 밖에 못 받느냐 우리 삼성은 분명히 2류다. 삼성전자는 3만명이 만든 물건을 6,000명이 하루에 2만번씩 고치고 다닌다. 이건 장난도 아니고 말도 안된다. 애프터 서비스가 왜 필요하냐, 고장안나게 만들면 된다. 무슨 기술자의 체면이 그리 많은지 지 혼자 붙들고 몇 년 씩 허송세월 한다. 엄청나게 기회를 상실하고 만든 꼴을 보니 불량만 나오고. VTR도 남이 다 해놓은 것을 제대로 카피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뭐가 잘났다고, 기술이 모자라 해본적이 없어서 이런 불량이 나왔다면 화가 안난다.
조금만 협력하면 불량을 90%이상 줄일수 있다. 국제화 하고 복합화해서 한군데 모아야 경쟁력이 생긴다. 국내에 있는 생산기지는 계속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디자인 개념, 개발 개념, 연구소 개념으로 가야 한다. 복합화는 내 발명품이다. 수원을 보자. 서울 강북에서 1,000명 강남에 1,000명 수원에서 몇천, 몇만 명의 사람들이 아침에 1시간 30분 가량을 버스로 털털거리면서 통근한다. 공장을 뿔뿔히 흩어져 있어 이 공장에서 다른 공장으로 가려면 10분, 15분이 걸린다. 하루에 공장 몇 군데 돌면 몇 시간이 걸리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서너 시간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는가. 100층짜리 건문에 함께 살면서 51층 24시간 쓸수 잇는 대형 회의장 3개, 대형 회의장 4분의 1만한 것이 10~20개 만들어 놓으면 각자 자율적으로 40초 이내에 다 모인다. 상품 기획할 때 두세 번은 만나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면 한달에 적어도 세 번은 만날 수 있다 지금 같으면 세 번 만나는데 석달은 걸린다. 협력업체도 다 모이기 어렵고 한 번 모이는 데 몇 시간씩 걸린다.
복합 건물과 복합도시 건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 자체적으로 돌아가고,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드는 거다. 그안에 인프라부터 하수구, 열병합 발전소에 이르기가지 다 만들어라. 고급 공장 다 들어오게 하고 연수소도 모으면 된다. 나라가 2류라면 기업도 2류밖에 안된다. 나도 우리나라 안에 공장을 만들고 싶지만 이런 여건에서는 땅 100~200만 평을 구할수 없다. 삼성전관이 인수한 독일 브라운관 공장은 대지 3만평에 건물이 1만 5,000평 자산이 1,000억 원쯤 되는데 독일 정부가 이걸 거의 거저 주더라. 여기에 설비개조를 위해 5,000만 달러쯤 투자해야 하는데 독일 정부가 5년간 1,000명을 고용해달라는 조건으로 투자비에 40%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자받고 돈빌려주는 것이 특혜라고 1년 안에 공장 안지으면 비업무용으로 해서 세금 때리고 하는데 이런건 세계 어는 나라도 없다. 삼성 망치고 있는게 관리위주 경영방식이다. 관리 출신들이 전부 간부하고 있다. 양 중심사고로 몰아붙이는 건 모직과 제당을 경영하던 1950년대나 통했다.
결론은 한가지다. 나 자신이 안 변하면 아무것도 안변한다는 것이다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내가 바뀌어야 비서실이 바뀌고 각사 사장, 부사장 인원 부장, 과장들이 바뀐다 그렇게 되려면 몇 년이 걸리지 모른다. 나는 지금부터 5년은 이런 식으로 할 것이다. 앞으로 5년 이면 회장위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어쨌든 5년은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으니 한다. 그런데 2년만 해보면 되는지 안 되는지 안다. 내가 말한 것 100번쯤 비디오를 틀어놓고 들으면 귀가 뚫리고 행동이 옮겨질 것이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놓고 모두 바꿔봐라. 막상 변하려면 어려울 것이다. 어렵지만 변하지 않는 것 보다 훨씬 낫다.
쉬운 것, 간단한 것부터 실천하라.
우선 잠을 하루 10분 덜 자자. 나는 24시간 깨어 있고 10시간 자는 것을 반복한다. 하루 한 끼만 먹고 지낸지 1년이 넘었다. 누차 얘기하지만 뛸사람은 뛰고 빨리 걸을 사람은 걸어라. 걷기 싫은 사람은 앉아서 놀아라. 아무도 안 말린다. 그래도 의식주는 보장하겠다. 삼성에서 일한다고, 못한다고 내쫓지는 않는다.
인간은 놀아라 해도 일하게 돼 있다. 그러면 뭐냐 남들 뒷다리는 잡지 마라, 뛰는 사람 빨리 걷는 사람 앞으로 가는 사람들 뒷다리만 잡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어라. 자신이 변하는 건 분명히 어렵다. 강요 안 한다. 변하기 싫은 사람은 변하지 않아도 좋다. 남들 뒷다리만 잡지 않으면 된다. 방향은 같이 가자. 한 방향으로 가자. 한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누가 손해 보는가.
삼성 그룹 임직원 다 손해보고 대한민국 재계 전체에 피해를 입히고 누구 한테도 하나도 이로울 게 없는데 왜 이것이 안 되나, 뒷다리 잡은 사람은 내가 집어 내겠다. 윗 사람이 책임을 아래로 미루는 것이 가장 나쁘다, 책임, 도덕감이 없는 사람은 삼성에서 제일 먼저 쫓겨날 것이다.
일류의 사람만 모아 놓은 것이 삼성이다. 이기주의를 없애고 단합해서 힘을 합치면 어떤 일이든지 1등을 할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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